어느 단체의 선생님이 내게 독립군가 관련 질문을 해오셨다.
통일을 지향하는 민간단체에서, 단체 노래를 독립군가에 가사를 바꾸어 하자는 논의가 있는데,
이를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할 지가 요지이다.
다음과 같이 답 드렸다.(약간 추려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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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군가의 원곡이 미국 조지아행진곡이라서 상관없다와
2019년 일본에서 편곡한 것을 부르니 문제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현 국방부에서도 독립군가를 인정하고
독립군가 100선에도 있습니다"
원곡이 미국 행진곡인 점이 어째서 '상관없다'의 근거가 될 수 있나요?
미국이야말로 해방정국에 끼어들어서 남북분단을 배후조종한 분단의 가장 큰 원흉이 아니던가요?
미국에서 농장주와 자본가들이 각자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일으킨 남북전쟁에서 불렀던 노래를
한민족의 통일을 지향하는 단체에서 왜 차용해야 하나요?
우리민족에게는 독자적인 노래가 없던가요? 우리나라에는 그 정도 노래를 작곡할 만한 작곡가가 없던가요?
일본곡은 안되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괜찮다는 식의 논리는
최악은 안되지만 차악은 괜찮다는 말과 같습니다.
또한 은연 중에 서구문화에 대한 사대주의가 아직도 남아있지 않은지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이라는 민족 전체의 염원을 위해 결성된 단체의 노래라면 '차악'이 아닌 '최선'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독립군가가 불리던 당시의 상황은 우리민족이 자신의 전통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거의 없던 때입니다.
전통은 계승과 발전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었지요.
따라서 유감스럽게도 당시의 독립군가는 일본이나 서구의 노래에 가사바꾸기를 한 노래가 매우 많았고,
간혹 새로 창작된 노래의 경우도 거의 서양식 군가(행진곡)풍이었습니다.
기존 민요에 노래 가사를 새로 붙인 경우도 대개는 잘 알려진 신민요를 활용했지요.(밀양아리랑을 활용한 광복군아리랑 등)
그것은 우리자신의 음악적 자산, 특히 '음악적 모국어'인 토속민요에 대한 연구가 전무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도 작곡가도 없던 시절이었으며,
'신문물'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고가 지식인들 뿐 아니라 독립운동가들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팽배해있던 시절이었으므로,
'독립군가'의 그러한 상황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우리 전통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상당히 진척되었고, 계속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21세기는 모든 나라, 민족의 전통이 존중받고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화다양성'의 시대입니다.
각 나라, 민족이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킬 때만 자신의 본모습도 지킬 수 있고, 인류 전체의 문화다양성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념과 노선을 떠나 범민족적인 통일을 지향하는 단체라면 적어도 이러한 시대정신에 걸맞는 노래를 불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연말에 드린 제 작품집에서도 밝혔듯, 제가 통일을 염원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평화와 평등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세계 평화의 교두보이기 때문입니다.
귀 단체의 지향 또한 남북이 통일해서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자는 그런 작은 목적이 아니지 않습니까?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단체에 걸맞는 노래라면 적어도 아래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노랫말에서 그 지향과 취지를 표방하며 구성원들의 마음과 의지를 모을 수 있어야 하고,
2. 선율과 리듬에서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구현하면서(우리 전통 음조직과 장단 활용), 시대적 정서도 동시에 구현하고,
3. 문학적으로, 음악적으로 쉽게 배울 수 있으면서도 품격 있어야 합니다.
지난날의 독립군가에 새 노랫말을 붙이는 방법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 생각은 시간과 노력이 좀 더 들더라도 우리민족의 정체성과 21세기의 시대성을 동시에 담아내면서
모든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부를 수 있는 그런 새 노래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굳이 '노가바' 형태로 해야 한다면 우리 토속민요에서 선율을 차용하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멜에 첨부한 "천덕송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은
제가 [공연문화연구]라는 학술지에 올린 논문 "천도교회월보에 나타난 일제강점기 천덕송"을 좀 더 쉽게 간추려서
천도교 기관지인 [신인간] 2017년 7, 8월에 나누어 기고한 글입니다.
제2편의 1~3쪽에 음악에서 나타나는 일제 잔재의 특성에 대해 집중 논의하였습니다.
'척양척왜'를 외치던 동학을 계승한 천도교의 노래들조차 이러한 형편이지요.
그 외 참고하실 만한 기사들을 아래에 링크합니다.
애국가 관련 경향신문 인터뷰
http://m.khan.co.kr/view.html?art_id=201904271201001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정면승부 (목록 42쪽, 2018.8.10, 당신을 충격에 빠뜨릴 특집 "친일음악 vs 항일음악")
http://www.podbbang.com/ch/16364
고 노동은선생은 항일음악에서 노랫말이 더 중요하고, 그래서 일본군가나 조지아행진곡 등을 노가바한 독립군가들을
'항일음악'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는 일본 고유의 '미야꼬부시' 음계로 되어있습니다.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요. 일본이 무단통치에서 문화통치로 전환한 직후부터 7.5조나 와라베우타를 암암리에 퍼뜨린 의도가 무엇입니까.
조선인들이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 자신의 문화를 잊고 일본의 전통문화에 젖어들도록 '정신을 세뇌'하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특히 음악과 같이 추상적인 양식의 예술은 그러한 그들이 의도를 은폐하며 관철시키기에 매우 적합했고,
그 결과 아직도 음악분야에서 일제의 잔재는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독립군의 본 의도가 아무리 '노랫말'에 있었다 해도 그것을 담은 그릇(선율)이 타국의 것이라면
그것이 과연 '독립'을 상징할 자격을 온전히 갖출 수 있겠습니까?
이 정도에서 제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좋은 의도로 하시는 일들이, 상징에서도 제대로 구현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우리 민족의 노래들을 알리는 데 제가 더 힘써야 할 것 같습니다.
김정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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