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어림해서 작곡 9할, 연구 1할로 보냈다. 가장 굵직한 일들부터 기록해본다.
1월 4~25일, 3주 동안 미황사에 머물며 집필작업을 했다. 첫 집필 여행이었고, 무척 좋았다.
떠나기 전날에는 혼자서 달마고도와 도솔암을 9시간 동안 걸었다.
아마도 서울에 있었다면 일상 속에서 9시간 산행을 감행할 용기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예까지 와서, 지금 아니면 언제 또....?”라는 생각에 그런 용기를 낸 듯하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 가장 떠오르는 건 도솔암의 절경보다도 내가 묵었던 달마전 앞마당의 나무 친구이다. 그에게 정을 많이 쏟았다. 정이란 이토록 힘이 세다.
시간 부족으로 책을 완성하지 못하고 올라왔고, 나머지 작업을 올해 초에 마무리하려고 한다.
2월 26일,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전통예술 분야 C트랙에 [46년 만의 초혼, 여덞 송이 동백꽃]이 선정되었다. 인혁당재건위 사건의 희생자 8분에 대한 진혼 공연으로, 이산하 시인이 글과 노랫말을 쓰시고, 내가 작곡과 총감독을 맡았다. 아직 인혁당사건에 관한 사회적 편견이 온전히 없어지지 않은 까닭에 온 정성을 다해 기획서를 써내면서도 선정을 확신하지는 못했는데, 나로서는 두 번째 작곡발표회에 해당하는 공연을 뜻깊게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한 일이었다.
8월 1~15일은 곡쓰기에 집중하기 위해 양산의 언니네에 머물며, 코로나로 인해 비어있는 언니의 서실에서 보름간 작업을 이어갔다. 이곳에서 노래 8곡의 편곡까지 모두 끝내고, 서주 2곡을 썼다. 이후 9월 초순까지 남은 작업들을 힘겹게 마쳐서, 총 18곡을 작곡했다.
10월 6일, 돈화문국악당에서 <46년 만의 초혼(招魂) 여덟 송이 동백꽃> 공연을 올렸으며, 서도원, 김용원, 이수병, 세 분 희생자의 유가족들을 비롯한 많은 관객과 장엄한 진혼의 시간을 공유했다. 국가폭력의 희생자들에게 올리는 진혼 공연이 제도권의 지원을 받아 제도권 극장에서 열렸다는 것, 46년이란 세월 동안 유가족을 비롯한 많은 분이 계속해서 싸워오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두 편의 논문을 쓰고, 연말까지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의 전래동요 자료집을 만들었다.
하나씩 좀 더 짚어본다.
=집필 여행과 작곡 여행=
*1월 4~25일, 미황사 집필 여행(미완성)
*8월 1~15일, 양산 작곡 여행
--> 앞으로 매년 이런 여행을 떠날 예정임
=2021년 완성 작품 목록=
[46년 만의 초혼, 여덞 송이 동백꽃] 총 18곡(6월 중순~9월 중순, 석 달 동안 작업)
*프롤로그 <어찌 잊을까>-양금
1. 서도원-아무도 말이 없네 *(서주)거문고・장구 / (노래)소리2・대금・거문고・장구・징
2. 김용원–미제수갑 *(서주)대아쟁・정주 / (노래)소리2・피리・가야금・아쟁・북
3. 이수병-나는 떠나네 *(서주)양금 /(노래)소리2・양금・해금・장구
4. 우홍선-아빠는 돌아오지 않고 *(서주)소금・장구 / (노래)소리2・소금・해금・가야금
5. 송상진–무엇이 그리 급해 그리 일찍 갔나요 *(서주)가야금・징 / (노래)소리(여)・대금・양금・가야금
6. 여정남-어찌 잊을까 *(서주)해금・장구 / (노래)소리2・해금・대아쟁・정주
7. 하재완-저 풍선이 터지는 날 내 아들의 풍선도 *(서주)거문고・장구 / (노래)소리2・피리・거문고・장구
8. 도예종–내가 떠나가는구나 *(서주)생황 / 소리2・생황・양금・정주・대아쟁・심벌
*에필로그 <나는 떠나네>-대금・피리・해금・대아쟁・양금・가야금・거문고・장구
-그 외 노래 1곡(6월초 완성, 미발표)
--> 독주곡 9, 노래 9, 실내악곡 1곡으로, 단기간에 가장 많은 곡을 쓴 해였다.
=2021년 등재지 수록 논문 목록=
*「《천도교회월보》에 나타난 천도교 공연예술의 양상과 의미」, [동학학보](서울: 동학학회, 2021.3.)
*「안익태 애국가 무엇이 문제인가-법정(法定) 국가(國歌) 제정을 위한 시론(試論)」, [한국예술연구](서울: 한국예술연구소, 2021.3.) -->이 두 논문은 2020년 겨울에 집필함
*「현행 가곡의 음조직」, [한국음악사학보](서울: 한국음악사학회, 2021.12.)
*「동학농민혁명의 음악 양상과 문화콘텐츠로서의 잠재성」, [동학학보](서울: 동학학회, 2021.12.) --> 12월 3일, 부안에서 열린 동학학회 학술회의에서 발표함. 뒤의 두 편은 공연 종료 후 집필함
=그 외=
*4월 11일, 국악관현악곡 <일천 기러기 날아가듯>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함(2019년 완성작)
*5월 ‘서울의 소리’, 교과서의 친일파들(음악) 1~4편 방송
*5월 12일, 천도교 종학대학원에서 동학음악 특강
*10월 19~20일 경주 여행(남산 등반, 용담정 방문, 평생 가장 편안하고 즐거웠던 여행)
*10~12월,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의 전래동요 자료집 음악해설 집필 및 음악감독
*12월 10일, 백남기 농민 추모집 [한 농민의 삶과 죽음] 발간행사에서 어울소리 공연(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2월 11일, 백남기추모비 제막식(중앙대 의혈탑 옆, 설치는 4월 24일, 공연은 못함)
2021년에 완성할 예정이었던 책 집필작업은 결국 올해까지 넘어오게 되었고, 2월 이전에는 완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다치지 말자던 다짐은 크게 다친 일 없이 꽤 잘 지켰다.
(너무 바빠서 마음이 흐트러질 겨를조차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2021년에 가장 못한 일은 운동이다. 코비드로 인해 수영은 여전히 못하고, 너무나 일이 많았기에 산행도 몇 번 못했다. 반면 길고 짧은 세 번의 여행은(비록 일과 관련되었지만) 정말 좋았다.
그래서 2022년에는 운동(Movement 말고 Sports)과 여행을 더 자주 하려 한다.
명이가 ‘대한민국’의 고3이 되는 해이므로 엄마 노릇에도 좀 더 집중하려 한다.
그리고 내가 나를 좀 더 돌보고 아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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