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FM에서 베토벤 현악4중주 15번 op.132(in a minor)가 흘러나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다.
이 곡의 5악장에는 단 한 번 나오는 첼로의 피치카토가 있다.
작곡기법상 이처럼 딱 한 번 쓰고 마는, 튀는 음형들은 가급적 삼가는 것이 상식이다.
쓰려면 반복해주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베토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 부분이 가장 감동적이다.
같은 주제가 반복되는 가운데, 그 정점에서 튀어나온 첼로의 피치카토는 들을 때마다 경이롭다.
어떻게 저렇게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의 후기작품들은 그것이 21세기의 작품이라고 해도 경이로울 것이다.
완전히 귀가 먼 후 그는 가장 자유로워졌다.
기법도 악상도 영혼도.
고전시대의 형식미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후
그것을 여지 없이 허물어버린 베토벤.
그래서 그는 악성(樂聖)이다.
당대의 인기, 부, 명성과 같은 세속적 가치에 연연하지 않고
가장 차원 높은 예술의 경지에 입각하여
아무도 이해하는 이 없는 그 고독하고 자유로운 길을 혼자 묵묵히 걸어갔다.
예술가의 표상, 작곡가의 표상이다.
그리고
인간의 표상이다.
'내활동,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천덕송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0) | 2017.09.23 |
|---|---|
| 베토벤 9번 <합창>교향곡 2악장 (0) | 2015.08.17 |
| 김정희의 풍구타령-신작악보와 신작평(계간 낭만음악 2003년 겨울호) (0) | 2013.09.27 |
| 조맹부(趙孟頫)의 악원(樂原)과 금원(琴原) (0) | 2013.01.14 |
| 조선후기 문집 속의 음악이야기 (0) | 2012.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