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신인간] 10월호에 수록한 글이다.
지면상 프로그램은 싣지 못하고, 본문만 [신인간]에 수록되었다.
새 문화를 위한 작은 발걸음
-이야기가 있는 우리악기(소리) 나들이-
김정희
올해 봄, 일단(一團)의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예술행동 추진위원회(위원장: 방태수)’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작은 행동으로 일상 속에 문화예술의 향기를 불어넣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며, 앞으로 계속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것이 이 모임의 목적이다.
문화예술행동은 그 첫 ‘행동’으로 <이야기가 있는 우리악기(소리) 나들이>라는 작은 음악회를 5회 연속해서 열기로 하였다. 교인 및 일반인들이 우리악기를 가까운 거리에서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토크쇼와 악기연주를 병행하는 형식의 공연을 통해 우리악기 및 전통음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전통악기들을 인지도가 높은 것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소개하면서 악기의 유래와 역사, 특징, 악기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등을 곁들이고, 대표적인 연주곡들을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 9월 20일 첫 음악회가 열렸으며, 이후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매주 금요일 저녁 7:30에 수운회관 지하 동학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다.(10월 20일은 대교당의 수련시간과 겹침으로 인하여 저녁 8:10에 시작함)
처음 2회는 선비들이 수양과 교류를 목적으로 연주했던 ‘정악(正樂)’과 민요・산조 등 전통 레퍼토리 위주로 진행하고, 3회부터는 차츰 창작곡, 국악동요, 국악가요, 가요,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등을 추가하여 점차 다채로운 구성이 되게 하였다. 공연 후반에는 국악기 반주에 맞추어 동요・민요 등을 신명나게 함께 부르며, 연주자와 관객이 어우러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국악공연은 음향장비를 쓰지 않아도 되는 작은 공간에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자연에서 비롯된 악기의 음색을 굴절 없이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고,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지 않아 연주자와 하나의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며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악기의 생김새와 구조, 연주자의 동작 하나하나를 눈여겨 볼 수 있어, 보는 즐거움도 여간 아니다. 여기에 흥미로운 이야기와 해설이 곁들여지고, 다함께 어우러지는 순서까지 더해지면 출연자나 관객 모두 더욱 흥겹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
우리음악을 통해 동귀일체하는 즐거움은 특별한 감동이 있다. <이야기가 있는 우리악기(소리) 나들이>도 늘 공연 후의 분위기가 사뭇 즐겁고 화기애애하다. 깊어가는 가을밤의 정취를 우리악기, 우리음악이 더욱 그윽하게 수놓는 정겨운 풍경이 수운회관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민족의 암흑기였던 일제강점기에 신문화운동을 통해 민족정신을 일깨우고 드높이며,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시대를 연 자랑스러운 역사가 우리 천도교에 있다. 공연문화에서도 천도교는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 《천도교회월보》의 기록을 보면, 당시 교단 내에서는 음악회, 무용공연, 군악대, 전통예술, 연극(악극・가극・소인극), 동화, 체조, 재담, 마술, 가장행렬 등 매우 다양한 갈래의 공연문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활동들은 모두 교인들의 주도 하에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교인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다양한 공연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러한 활동의 일차적 목적은 교인에 대한 교화(敎化)와 포덕(布德)에 있으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기에서 머물지 않고 봉건성과 일제의 억압을 극복하고 민족적 역량을 키우는 데로 나아가고 있다. 천도교 교리가 가진 진보성과 민족주체성이 문화 활동에서도 발휘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문화에서 선구적 역할을 하던 빛나는 역사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계승되고 있지 못하다. 지금 우리에게는 천도교의 정체성을 담은 독자적인 문화조차 형성되어있지 않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요, 영혼의 시대이다. 영혼을 울리는 문화적 방법이야말로 더 많은 이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다. 우리 자신의 영성을 드높일 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의 창출이 시급한 시점이다.
문화예술행동 추진위원회는 <이야기가 있는 우리악기(소리) 나들이>라는 작은 발걸음을 이제 막 내딛었다. 이 발걸음이 천도교 내의 새 문화로, 더 나아가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물결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심고드리며 글을 맺는다.
<이야기가 있는 우리악기(소리) 나들이> 프로그램과 출연진
(장소: 수운회관 지하 동학전시관)
1. 이야기가 있는 우리악기 나들이Ⅰ[대금] (9.22)
(1) 소개할 악기: 대금(풍류대금, 산조대금)
(2) 진행자: 김정희
(3) 연주자: 이대현(대금), 김태준(장구)
(4) 연주곡:
① 청성곡
② 관악영산회상 중(中) 타령・군악
③ 민요 함께 부르기: <진도아리랑>
④ 서용석류 대금산조
2. 이야기가 있는 우리악기 나들이Ⅱ[가야금] (9.29)
(1) 소개할 악기: 가야금(풍류가야금, 산조가야금)
(2) 진행자: 김정희
(3) 연주자: 장진영(가야금), 김태준(장구)
(4) 연주곡:
① 현악영산회상 중(中) 염불도드리・타령
② 천년만세
③ 경기민요 연곡(태평가・청춘가・경복궁타령)
④ 민요 함께 부르기: <아리랑>・<밀양아리랑>・<진도아리랑>
⑤ 김병호류 가야금산조
3. 이야기가 있는 우리악기 나들이Ⅲ[거문고] (10.13)
(1) 소개할 악기: 거문고
(2) 진행자: 김정희
(3) 연주자: 류관우(거문고), 김태준(장구, 꽹과리)
(4) 연주곡:
① 현악영산회상 중(中) 세령산, 가락덜이
② 밑도드리
③ <출강> 작곡: 김용실
④ 국악동요 함께 부르기: <개구리소리>, <산도깨비>
⑤ 민요 함께 부르기: <자진아라리>
⑥ 신쾌동류 거문고산조
4. 이야기가 있는 우리악기 나들이Ⅳ[해금] (10.20)
(1) 소개할 악기: 해금
(2) 진행자: 김정희
(3) 연주자: 이인아(해금), 김태준(장구)
(4) 연주곡:
① 경풍년
② 취타한바탕 중(中) 길군악(절화), 길타령
③ 가요: 이선희의 <인연>
④ 영화음악: <인생의 회전목마>(‘하울의 움직이는 성’ 주제가)
⑤ 민요 함께 부르기: <베틀가>
⑥ 지영희류 해금산조
5. 이야기가 있는 우리소리 나들이[판소리/가야금병창] (10.27)
(1) 소개할 음악: 판소리 및 가야금병창
(2) 진행자: 김정희
(3) 연주자: 서은미(가야금병창), 김태준(소리북, 장구)
(4) 연주곡:
① 단가 <호남가>
② 심청가 중 <품파는 대목>(판소리)
③ 춘향가 중 <사랑가>(가야금병창)
④ 국악가요 <난감하네>
⑤ 함께 부르기 <오나라>
⑥ 남도민요 <내 고향의 봄>, <꽃타령>(가야금병창)
⑦ 남도잡가 <새타령>(가야금병창)
김정희(진행)
부산예술대학 음악과 졸업 /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한국음악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 전문사 졸업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박사 졸업
국악작곡가 / 민요연구가
(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강사
이대현(대금)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2학년 재학
경기도립국악단 제97회 정기공연 협연
제8회 대학국악제 은상
'한열음' 동인
장진영(가야금)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4학년 재학
제6회 전국청소년기악경연대회 대상
제20회 김해 전국가야금대회 우수상
제33회 전국 탄금대 가야금경연대회 우수상
류관우(거문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졸업 및 동대학원 재학 중
2014년도 동아콩쿨 거문고 일반부 금상
2010년도 동아콩쿨 거문고 학생부 금상
이인아(해금)
국립국악고등학교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음악과 4학년 재학 중
서은미(가야금병창)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예술사 졸업
제21회 임방울 국악제 가야금병창 최우수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제28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부 장원(전라북도 교육감상)
2013, 2014, 2015년 러시아 고려인 문화 대축제 하바롭스크 공연
김태준(장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1학년 재학
제35회 전국고수대회 학생부 우수상
'한열음'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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